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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고령화 사회의 그늘

 고독사(孤獨死)란  외롭게 살다가 쓸쓸히 맞이한 죽음을 뜻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사망 시점으로부터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언젠가 부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지 7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55) 씨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김씨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황과 실태를 알 수 있는 변변한 통계는 없다. 장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지방 자치 단체장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일정 기간 공고를 거쳐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 이때 유족이 인수를 거부하거나 나타나지 않을 경우는 시신을 처리한 뒤 10년간 납골, 안치하고 결국에는 집단으로 매장한다고 되어 있다.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다면 혼자 죽음을 맞이했을 때 시신이 바로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경우 무연고 사망자의 상당수는 고독사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 반대로 고독사이면서 무연고 사망자에 해당되지 않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홀로 지내다 숨졌지만 뒤늦게 가족에게 시신이 인수되는 경우 등이다. 따라서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했다면 고독사 역시 함께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료를 보면, 고독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주목했다. 몇 년 전 NHK에서 방영된 ‘무연사회’(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는 사회, 인연이 없는 사회)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는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일본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신원미상의 자살이나 행려사망자 등 무연고 사망자가 연간 3만2000명에 달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 개인주의로 인한 사회 안전망 해체로 분석됐다.     문제는 지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NHK 취재팀이 낸 책 ‘무연사회’를 우리말로 옮긴 역자는 후기에서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고 만혼, 미혼 추세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상황도 일본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35년까지의 ‘장래 가구추계’를 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의 25.3%에서 34.3%까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75세 이상의 1인 가구는 10년 전 48만여 가구에서 2035년 210만여 가구로 무려 4.3배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45.1%)과 노인 자살률(10만명당 81.8명)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고독사 위험군’이 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특히 노인들의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고독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독사는 우리 주변에 늘 있어 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죽어갈 것이다. 고독사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히 파고들고 있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뒤늦게나마 소식이 알려지면 그들의 외로움은 덜어지는 것일까? 고독사 문제는 그들이 죽을 때 외로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살아있는 내내 외로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손용상 / 소설가·한솔문학 대표열린 광장 고령화 사회 고독사 문제 사회 문제 무연고 사망자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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